-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
- 일본에 계시는 여러분
- 한국의 5월은 가정의 달
- 오늘은 스승의 날
- 우리도 재밌자?
- 한국의 흰머리
- 요즘 청춘 남녀의 연애는 여자 중심?
- 남북한 정상 회담을 지켜보면서
- 한국의 2000년 6월
- 한국의 인터넷 동창회 열풍
- 서울의 밤은 올빼미들의 세상
- 아! 어머니
- 한국의 추석
- 10월에
- 한국의 환갑
- 찐빵
- KBS에 방송된 서울 한국어 아카데미
- 한국인이 즐겨 쓰는 낱말가지
- 빼빼로 데이를 아세요
- 한국의 김장철
1.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
한국에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려면 그 일의 근원지에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어 공부를 할 생각이 있으세요?
아니면 이미 한국어 공부를 시작해서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입과 귀로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으시나요?
오랜 동안 한국어를 배웠는데도 더 이상 늘지 않아서 고민이신가요?
이제 한국어의 본고장, 서울 한국어 아카데미에 오십시오.
서울의 중심부에서 살아 숨쉬는 한국어를 생생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동시에 21세기 현재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2. “일본에 계시는 여러분”
일본에 계시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서울에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는데 일본의 날씨는 어떤가요?
보통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아주 귀찮아 하지만, 어제 오늘 계속 내리는 비에 대해서 한국사람들은 기뻐하고 있습니다.
올 봄에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농사를 짓기가 어려웠고, 설악산으로 유명한 강원도 지방에는 큰 산불이 나서 우리는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이렇게 비를 기다리고 있을 때 오는 비를 "단비"라고 합니다. 단 맛같이 맛있는, 좋은 비라는 뜻이지요.
이 단비가 그치면 공기도 깨끗해지고, 풀과 나무들도 더욱 싱싱해지겠지요?
그렇지만 예쁜 꽃들이 지는 것은 좀 슬프네요.
일본의 여러분들도 꽃이 지기 전에 봄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3. “한국의 5월은 가정의 달”
한국에서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5월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이거든요.
어린이날에는 남자 ,여자 어린이 모두를 축하하고 백화점이나 놀이공원, 여러 곳에서 행사를 합니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이지요.
어버이날은 부모님께 감사를 드리는 날입니다. 20년쯤 전에는 어머니 날이었는데 요즘은 어머니의 '어'와 아버지의'버'를 합해서 어버이날로 만들어서 두분 모두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선물이나 즐거운 식사를 합니다.
스승의 날은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는 날입니다. '스승'이란 선생님의 다른 이름인데 정말 존경하는 좋은 선생님을 말합니다. 이날이 되면 옛날 선생님이나 지금 가르치시는 선생님께 전화나 편지나 선물을 드립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을 위해 학생들이나 부모님이 여러가지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합니다.
이런 여러가지 날이 있기 때문에 5월은 가정의 소중함을 많이 생각하는 달이지만, 저처럼 어린이가 있고 부모님이 계시고 여러 선생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는 사람은 1년 중 가장 소비가 많아지는 달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5월은 어떤가요? 여러분들도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이 글을 읽고 오랜만에 아이들을 한번 안아 주세요. 부모님과 선생님께 전화라도 한번 걸어 보시고요.
4. “오늘은 스승의 날”
한국에서 5월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스승이란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고유한 한국어로 그 안에 존경과 신뢰의 의미가 들어 있는 좋은 말입니다. 단순히 “먼저 태어났다”는 의미의 “선생님”과는 어감이 다릅니다.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각 학교에서는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선생님을 위한 노래도 부릅니다. 또 이미 학교를 졸업한 어른들은 옛날 선생님을 찾아 뵙거나 편지, 전화를 드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옛날 선생님의 연락처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휴대폰 회사나 교육청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스승찾기” 서비스를 해 주고 있습니다.
참 흐뭇한 모습이지요?
물론 한국도 학교에서 점점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나 신뢰감이 없어져서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한국 TV에 옛날 자기와 관계있던 보고 싶은 사람을 찾아주는 “TV는 사랑을 싣고” 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생님을 찾는 것을 보면 아직도 선생님 아니, 스승님은 사랑과 존경을 받는 직업인 것 같아요.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 대신 “스승님”으로 부르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 뉴스도 들리는군요.
일본의 여러분들도 지금 선생님께 전화나 편지를 드리면 아주 반가워하실 거에요.
5. “우리도 재밌자?”
제목이 너무 이상하지요?
올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교인 서울 대학교의 축제 구호입니다. 문법적으로는 말이 안되지만 축제를 축제답게 재미있는 시간으로 보내자는 구호입니다.
7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 한국의 대학교 축제는 젊음을 즐기는 향연이 아니라, 독재 체제나 잘못된 정치에 항거하는 시위와 학생 운동의 마당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21세기를 살아갈 우리 대학생들은 시대 상황에 억눌리지 않고 재미있는 축제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신문에 의하면, 많은 대학들이 축제를 하는 5월에 행하는 행사는 연예인 초청 콘서트, 스타크래프트 챔피언 뽑기, DDR 대회,남녀 짝짓기 이벤트,팔씨름 대회 등등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헌혈 운동이나 결식아동 돕기 바자를 하는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이런 축제의 변화에 대해 사회의 소비 문화를 그대로 반영한 가벼운 행사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사회 정치적 문제나 대학 내의 문제가 급하지 않은 요즘, 축제는 축제로 즐기겠다는 20대들의 의식을 분명히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일본의 대학 축제는 어떤가요?
6. “한국의 흰머리”
지난 주말에 오랜만에 시간이 있어서 제 딸에게 흰머리를 뽑아 달라고 했어요. 흰 머리 한 개에 50원씩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제 딸은 5개밖에 못 찾아서 아주 아쉬워했답니다. 받을 돈이 250원밖에 안되니까요. 요즘 한국에서는 흰머리가 생기는 사람들이 점 점 많아지고, 생기기 시작하는 나이도 빨라지고 있어요.아무래도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렇겠지요? 일본에서는 어떤가요? 그러면 오늘은 흰 머리에 대해서 좀 얘기해 볼까요? 나이가 어리거나 젊은 사람이 검은 머리 사이에 흰 머리가 나면 '흰머리'라고 하지 않고 '새치'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하얘지는 것은 "머리가 세다'라는 표현을 쓰고, 그 머리를 흰 머리라고 부릅니다. 물론 한자어로 '백발(白髮)'이라는 말도 씁니다.
또 머리가 하얘진 것을 '머리에 서리가 내렸다'나 '머리에 눈이 내렸다 '고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 결혼식에서 결혼을 주관하는 주례(主禮) 선생님이 신랑 신부에게 " 검은 머리가 파 뿌리 되도록 서로 사랑하십시오" 같은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파 뿌리'는 야채 파의 뿌리가 하얀 색이기 때문에 그렇게 흰 머리가 될 때까지, 영원히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입니다.
7. “요즘 청춘 남녀의 연애는 여자 중심?”
한국의 시 중에 김소월(金素月)의 '진달래 꽃'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 약산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이 시는 사랑하는 님과 이별할 때 정말 슬프지만 그 사람을 잡거나 괴롭히지 않고 축복하며 자신의 슬픔을 안으로 참아내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시를 외국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누가 떠나는 사람이고 누가 보내는 사람인 것 같냐고 질문을 하면 서양의 학생들은 여자가 떠난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체로 남자가 떠나고 여자가 보내거나 기다리는 느낌이 있어서 저는 서양 학생들의 대답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TV에는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말과 함께 한 여자가 예전에 사귀던 남자를 버리고 새로운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고있고 옛날 남자 친구는 눈물을 흘리는 광고가 있어요. 이 광고를 만든 사람도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말을 10년 전에 썼다면 문제가 됐을 거라고 말할 정도로 최근 몇 년 사이에 변화가 많은 것 같아요.
또 다른 광고에서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여학생이 다른 책상에서 공부하는 남학생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후
그 사진을 갖다 주면서 "내가 너를 찍었어"라고 말합니다. '찍다'라는 말은 사진을 찍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물건이나 사람을 마음 속으로 정한다는 의미가 있어서 이 여학생은 그 남학생을 자기의 남자 친구로 만들려고 한다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광고들을 보니까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은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것 같아요.
저는 이제서야 예전에 서양학생들이 대답한 말을 이해하고 또 실감도 합니다.
8. “남북한 정상 회담을 지켜보면서”
일본에 계신 여러분도 남북한 정상회담에 대한 뉴스를 보셨겠지요?
저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도 아니고 이산 가족이 있거나 실향민 부모님이 계신 가정도 아닙니다.
그런데 6월 13일 남북한 정치 지도자가 손을 잡는 장면을 보면서 콧날이 시큰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텔레비전 화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분단된 한국의 아픈 역사와 불행이 안타깝고 슬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55년만에 만나는 그 모습이 기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가슴이 벅찼습니다.
그리고 만화영화에 중독된 아이처럼 텔레비전이 보고 싶어서 일찍 일찍 집에 들어갔습니다.
똑같은 장면을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 않고, 아침에는 눈만 뜨면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텔레비전을 '바보 상자'라고 부르는데 요즘의 텔레비전은 '바보 상자'가 아니라 남과 북을 이어주는 마음 넉넉한 중매자 같았습니다.
이렇게 들뜨고 가슴 설레이는 경험이 지금까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남북한 1차 회담은 끝났지만 저희는 이번 회담을 통해 우리가 정말 하나의 민족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느꼈습니다.
앞으로 남북한 관계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지만 꼭 통일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이후로 2차,3차 회담이 진행되면서 더 감격스러운 소식이 전해지기를 마음 깊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여러분들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기원해 주세요.
9. “한국의 2000년 6월”
2000년 6월이 가고 있어요.
'6월'은 여러분들에게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어요? '아름다운 6월의 신부'나 '활짝 핀 장미' 의 달인가요?
한국의 6월은 조금 슬프고 우울한 달입니다. 나라를 지키다가 죽어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현충일(顯忠日)이 6일이고, 1950년 남북한이 전쟁을 시작했던 날이 6월 25일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가 어릴 때는 해마다 6월이 되면 전쟁의 아픔을 생각하면서 북한의 공산주의를 이겨야 한다는 포스터를 그리고 글짓기를 하고 웅변 대회를 했었습니다. 그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북한 공산주의자들을 늑대나 나쁜 동물로 그리고 무서운 얼굴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남북한 정상이 만난 후에 한국의 6월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북한을 우리와 같은 한민족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요즘 김정일 신드롬이 생겼고 라디오에서는 북한의 유행가가 가끔 흘러나옵니다. 백화점이나 식당에서는 북한식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고, 컴퓨터에서는 북한을 알려고 하는 사이트가 매일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국군 병원이나 국립 묘지에는 50년전의 비극적 전쟁의 희생자들이 남아 있지만 이념 대립의 시대에서 이제 한민족의 화해의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 6월은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어떤 6월보다 따뜻하고 가슴 뭉클하게 지나가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한국의 6월은 전쟁의 상처로 기억되는 달이 아니라 민족화합, 민족 통일의 달로 기억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0. “한국의 인터넷 동창회 열풍”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의 신촌이나 강남역 지역에 가면 주말 저녁에 " 야. 너 XX 맞지?'하며 동창들을 만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답니다.
그 동안 한국에서 동창회라고 하면1년에 한번 연말쯤에 모여서 술을 마시며 그동안의 생활을 묻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만,
요즘은 인터넷에 있는 동창화 사이트를 통해 서로를 연결해 주고 모임을 갖는 것입니다.
동창회 사이트의 이름도 아주 재미있는데,'모교(母校)사랑', '동문(同門).com','back2(to)school','죽마고우(竹馬故友)' 등등이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컴퓨터에 익숙한 20대가 대부분이고, 이들이 만나기를 원하는 친구들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동창보다는 초등학교 동창들입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동창들은 가까운 동네에서 살던 환경이 비슷한 친구들이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어릴 때의 이성 친구가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은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 중에는 인터넷 동창회를 통해 결혼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날마다 자기 학교 동창회 사이트에 들어가 친구들의
이야기도 알아보고 지나간 추억을 얘기하면서 현실과 과거를
왔다갔다 하는 것입니다. 그 중에 어떤 사람은 이미 없어져
버린 학교의 동창회를 인터넷을 통해 다시 연결하기도
했다는군요.
어쨌든 사람끼리 모이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는아주 좋은 역할을 하는 사이트들입니다.
일본의 여러분들도 이런 사이트에 한번 들어가 보시는게 어떨까요?
그리운 얼굴들과 아름다운 추억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11. “서울의 밤은 올빼미들의 세상”
올빼미는 야행성 새의 이름이지만, 밤에만 활동하는 사람들을 올빼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요즘 서울은 이렇게 밤에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옷을 전문적으로 파는 남대문 시장이나 동대문 시장만 늦은 밤과 새벽에 장사를 하는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컴퓨터 전문가들이 밤을 새우며 일하기 일쑤이고, 밤새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이 사무실 주변에는 24시간 문을 여는 식당과 중국음식 배달, 스포츠 센터, 약국, 미자원까지 있습니다.
또 대형 할인 매장에는 맞벌이로 바쁜 젊은 부부들이 밤늦게 장을 보러 오기 때문에, 12시 이후에 오히려 주차장이 더 복잡해질 정도입니다. 젊은이들의 거리로 유명한 신촌의 영화관에서는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영화 3편을 볼 수 있는 심야 영화 표가 금방 팔린다고 합니다. 특히 요즘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일부러 늦은 저녁에 모임을 갖거나 장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서울의 밤은 일과 문화를 즐기는 올빼미들 때문에 더 이상 잠들지 않고 깨어 있습니다.
12. “아! 어머니”
오늘 아침 한국의 모든 신문에서 1면을 장식한 기사는 "109살 오마니( '어머니'의 평양 사투리) 살아계셨군요"입니다.
그 제목 아래 눈물을 흘리는 71세의 할아버지 사진이 같이 실렸습니다.
지난 6월 남북한 정상이 만난 후에 1차로 8월 15일에 남북한 이산가족이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그 준비로 남한과 북한에 헤어져 있는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있는데 71세의 이 할아버지는 이미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리라고 생각하고 형제들의 생사만 물어 보았지만 뜻밖에도 어머니가 아직도 살아계시다는 대답을 들은 것입니다. 이 할머니는 왜 여태까지 살아계신 것일까요?
한국에서는 100살이 넘을 때까지 장수 하는 분이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109살까지 살아계시는 이 할머니는 다른 사람과 달리 건강의 복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저는 아무래도 오래 전에 헤어진 막내 아들을 보고 싶어서 아직까지 살아 계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국에서는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죽을 때 눈을 못감고 죽는다 "는 말이 있는데 이 할머니야말로 50년동안 막내 아들을 기다리면서 생명을 연장하신 것이 아닐까요?. "어머니"라는 그 위대한 이름으로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 그 할머니의 이야기를 보면서 저는 한편으로는 한국의 아픈 역사가 너무 안타까웠고 한편으로는 어머니와 자식의 그 끈끈한 정이 느껴져서 가슴이 메었습니다. 이렇게 만나고 싶어하는 이산가족이 한국에 수만명이 있지만, 이번에는 겨우 100명만 북한의 가족들을 만나게 됩니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빨리 해결되어서 휴전선 이쪽과 저쪽에서 50년동안 흘린 우리 어머니들의
눈물이 닦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3. “한국의 추석”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음력 8월 15일은 한국에서 추석(秋夕)이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 중추절(仲秋節) 또는 한가위라고도 부르지요. 올해는 양력으로 9월 12일이 됩니다. 한 여름의 더위가 지나고 여름동안 고생해서 키운 농산물들을 추수하면서 1년의 농사와 건강, 가족의 행복 등을 조상과 신께 감사드리는 날입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 풍요로운 곡식과 과일들이 있어서 모든 것에 감사를 드리게 되고 이웃과 다른 일에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날이지요.
요즘 한국의 추석은 3일동안 휴일입니다. 게다가 이번 추석은 월요일부터 3일 휴가이기 때문에 그 전의 토요일, 일요일까지 계산하면 거의 5일의 연휴가 되는 셈입니다. 추석날에 한국에서는 송편이라는 달 모양의 떡을 빚고 아침 일찍 조상님께 감사드리는 차례(茶禮)를 지냅니다. 그 후에 조상의 묘에 가서 풀을 깎고 음식을 놓은 후 다시 한번 제사를 지내는데 이것을 성묘(省墓)라고 합니다. 이런 일은 한 집안의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가족과 친척이 모두 모여야 하고, 또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과 친척을 만나려고 모두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고속도로는 차가 밀려 갑자기 주차장으로 바뀌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5시간 걸리던 길은 20시간이 걸린 후에야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히는 고속도로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은 즐겁습니다.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척을 만난다는 기대감, 그리고 그들에게 줄 작은 선물들로 마음이 들뜹니다.
이곳 서울은 벌써 추석 준비로 백화점과 시장,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까지 바쁩니다. 여기저기서 선물을 보내고 받으면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가족간의 사랑도 확인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좋은 날, 추석(한가위).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 것입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14. “ 10월에”
벌써 10월입니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된다고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고, 한국의 여기 저기서 일출을 보려고 산과 바다로 몰려가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완연한 가을입니다.
여러분들은 10월이 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한국의 10월은 1일 국군의 날로 시작합니다. 그 날은 군인들의 여러가지 행진이 있고 군대에서 고생하는 군인들도 조금 편하게 지내는 날이지요. 3일은 개천절(開天節)
입니다. 한국 민족의 시조인 단군(檀君)과 관계된 신화에 근거해서 한국의 역사가 처음 시작되는 날입니다. 또 9일은 한글날입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예전에는 지금 제가 소개한 이 날들이 모두 공휴일이어서 10월은 공휴일이 많은 달이었는데 몇 년전부터 공휴일을 줄여서 지금은 3일 개천절만 쉬는 날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비록 쉬는 날이 줄어들었어도 역시 10월은 좋은 달입니다. 옛날부터 한국사람들은 "10월상(上)달"이라고 해서 여러가지 자연의 신(神)이나 조상께 감사를 드리기가 가장 좋은 달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때 여러가지 축제도 많았답니다. 과일이나 곡식도 풍성하고 날씨도 적당해서 사람들의 생활이나 마음이 가장 넉넉한 달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10월이야말로 가을이 무르익어 가장 가을다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해요. 단풍도 아름답고 날씨도 쌀쌀하지만 쾌적하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그리워지고 따뜻한 마음을 주고 받고 싶어지거든요. 한국에서는 이 무렵에 포장마차에 손님이 제일 많이 온대요. 쌀쌀한 저녁에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마시면서 그리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훈훈해지니까요.
저도 이번 10월에는 그리운 사람에게 연락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해 지는 저녁에 어느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과 함께 오랫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눠 볼까 합니다.
15. “한국의 환갑”
저는 내일 형부의 환갑 잔치에 가야 해요.
제 큰 언니의 남편이 이번에 61 번째 생일이 되어서 큰
잔치를 하거든요.
일본에서도 환갑을 중요한 생일로 생각합니까?
한국에서는 해마다 생일이 중요하지만 특히 중요시하는 생일이 두 번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는 첫번째 생일은 돌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음식을 차리고 사람들로부터 선물을 받으며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잔치를 합니다. 이 때 금반지를 선물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생일은 61번째인 환갑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왜 61번째 생일이 중요한 지 그리고 왜 '환갑(還甲) 또는 회갑(回甲)'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해합니다.
요즘은 보통 자기의 생일을 할때는 1972년생,1953년생이라고 말하지만 옛날에는 해를 말하는 방법이 달랐습니다.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申),임(壬),계(癸)의 10 천간(天干)과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 미(未), 신(辛), 유(酉),술(戌),해(亥)의 12지(支)를 한 글자씩 연결하여 해의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갑자(甲子)년, 을축(乙丑)년.... 이렇게 하면 모두 60개의 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태어난 해와 두 글자가 모두 같은 해가 되려면 60년 후에 가능합니다. 그 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옛날에는 아주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축하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똑같은 해가 돌아왔다'는 의미로 "환갑, 회갑"이라고 부릅니다. 환갑날에는 가족과 친구, 이웃사람, 회사 동료 등 모두 모여서 축하를 하고 음식과 술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놉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의학의 발달로 오래 사는 사람이 많으니까 환갑은 그렇게 나이 많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없습니다. 그래서 잔치를 하지 않고 부부가 조용히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일본에도 이런 풍습이 있나요?
16. “찐빵”
어제부터 날씨가 추워졌어요. 오늘 아침에는 서울의 최저 기온이 4도가지 떨어지고, 강원도 산간 지방에는 올 들어 처음으로 얼음이 얼 거라는 예보도 있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세요? 장갑, 목도리, 난로, 군고구마?
한국의 추운 날씨에는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호빵' 또는 '찐빵'이라고 부르는 빵인데, 밀가루로 반죽한 속에 단팥으로 소를 넣어서 그냥 동그랗게 만든 빵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동네 작은 슈퍼에서 전기를 이용한 찜통 안에 이 빵을 넣고 증기로 빵을 쪄서 언제든지 따끈따끈하게 사 먹을 수 있답니다. 찜통에서 막 꺼낸 찐빵은 김이 모락모락 나서 보기에도 따뜻하고 맛있어 보입니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느라고 단팥 대신에 야채나 피자맛, 고구마를 넣은 빵도 있는데 역시 단팥을 넣은 것이 제일 많이 팔린다는군요. 어제부터 이 찐빵 기계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을 보니 날씨가 정말 추워졌나 봐요. 겨울을 준비하라는 신호겠지요. 여러분도 한국에 오실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잡숴보세요. 값도 300원 정도로 아주 싸니까요. 참, 살이 쪄서 얼굴이 동그란 사람을 보면 한국에서는 "찐빵같이 생겼다"고도 한답니다.
17. “KBS에 방송된 서울 한국어 아카데미”
지난 주 수요일에 저희 학원이 한국의 KBS 방송에서 소개 되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수요 기획]이라는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인데,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 교육 전문 학원으로는 유일하게 저희 학원을 소개하게 된 것입니다. 저희 학원이 선택된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이 홈페이지를 열심히 보아 주신 덕분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더 좋은 사이트로 만들려고 노력하시는 일본측 창구 히라이 씨 덕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저희 학원에서 약 3주 정도 유학을 한 한국어를 전공하는 일본 여대생이 적극적으로 인터뷰와 수업하는 모습등의 촬영에 협조해 주셔서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러 가지 느낀 점도 많았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한국어 교육을 해 왔기 때문에 일본에 계시는 여러분들이 한국어를 많이 배우신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방송을 통해 소개된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 학생들의 열기는 정말 뜨거웠습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밤 늦게 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그 후에 또 집에서 한국어 비디오나 테이프를 듣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다시 한번 감동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시작 동기는 다 다르지만 어쨌든 다른 나라 말에 이렇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저로서는 더욱 고마울 뿐이었습니다.
아직도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많은 역사와 문화의 차이 그리고 가끔 섭섭한 감정들을 가지고 있지만, 이렇게 서로를 알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결국은 두 나라가 이웃나라(지리적 의미가 아니라 정서적 의미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관계 개선에 한 몫을 담당해야 하는 저는 정말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할 일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한국어를 배우는 여러분들도 계속 힘을 내세요.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방송이 빠른 시일 내에 일본 위성 방송을 통해 일본에도 방송되기를 바랍니다.
18. “한국인이 즐겨 쓰는 낱말가지”
얼마 전 신문에 재미있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고려대학교 교수님과 대학원 학생들이 한국어 어휘 사용 빈도에 대한 통계를 내서 발표한 것입니다. 그 연구에 의하면 1000개 정도의 단어를 알면 한국말 75%를 할 수 있다고 하니 한국어를 배우거나 관심이 있는 여러분께는도움이 되는 기사가 아니겠어요? 한국어가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께는 희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래의 표를 보시고 여기에서 나온 단어는 꼭 외우시면 좋겠습니다. 이 표 이외에도 한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고유 명사는 " 한국, 서울, 일본, 미국, 성씨 김(金), 중국, 북한, 고려, 조선, 신라" 등인데 여기에서도 '일본'이라는 단어가 3위를 차지한 것은 재미있는 일입니다.
일반 명사에서는 " 사회(7위), 나라, 정부, 세계, 시대, 국가," 등이 30위 안에 들어있고, "국민, 정치, 지역" 등도 50위 안에 들어서 현대 한국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성씨 사용도 흥미로운데 '김(金)' 다음으로 " 이(李), 박(朴), 최(崔), 정(鄭/丁), 노(盧),홍(洪)"의 순서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자료가 여러분의 한국어 공부에 도움이 되면 좋겠군요.
| 일반 명사 | 동사 | 형용사 | 부사 | 감탄사 | |
|---|---|---|---|---|---|
| 1 | 사람 | 하다 | 없다 | 더 | 참 |
| 2 | 때 | 있다 | 그렇다 | 다시 | 그래 |
| 3 | 일 | 되다 | 같다 | 안 | 아 |
| 4 | 말 | 보다 | 어떻다 | 잘 | 뭐 |
| 5 | 사회 | 대하다 | 이렇다 | 가장 | 자 |
| 6 | 속 | 위하다 | 다르다 | 함께 | 아니 |
| 7 | 문제 | 말하다 | 크다 | 바로 | 예 |
| 8 | 문화 | 가다 | 많다 | 모두 | 응 |
| 9 | 집 | 받다 | 좋다 | 없이 | 글쎄 |
| 10 | 경우 | 보이다 | 이러하다 | 다 | 아아 |
19. “빼빼로 데이를 아세요”
제 딸은 지금 중학교 1학년입니다. 요즘은 환절기라서 저도 딸도 감기로 고생을 했는데 지난 금요일 저녁에는 바람도 차가운데 빼빼로라는 과자를 사러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내일 아침에 사면 안되냐고 했지만 딸은 친구들에게 주려면 미리 포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딸의 말에 의하면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랍니다.
한국에서는 몸이 마른 사람을 '빼빼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과자 중에 젓가락 같은 모양에 초콜릿이 덮여 있는 과자가 있는데 이름이 "빼빼로"에요. 그런데 11월 11일은 '1'이 4개나 있어서 빼빼로 같은 날자가 되지요? 그래서 이날 아이들은 친구에게 빼빼로를 선물하면서 날씬해지라고 한답니다. 그리고 평소에 좋아했던 친구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여학생은 남학생에게 주고 남학생은 여학생에게 주는 거래요.
이 특별한 날은 약 3,4 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아마도 이 과자를 만드는 회사에서 상품 판매를 위해 만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회사의 상술(商術)에 대한 비판보다는 공부와 시험만 생각하는 재미없는 생활에서 잠깐이라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이런 날이 있다는 것이 더 즐겁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빼빼로 데이"뿐 아니라, 반지를 선물하는 "링데이", 장미를 선물하는 "로즈데이", 자장면을 같이 먹는 "블랙 데이"등도 있대요. 물론 일본처럼 "발레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도 있고요.
어쨌든 2000년대를 살아가면서 재미없는 학교 생활에 활기를 찾으려는 한국 청소년의 또 다른 모습인 것 같습니다. 아,참 그런데 제 딸에게 이 빼빼로를 누구에게 줄 거냐고 물었더니 제 딸은 그냥 선생님들께 드릴 거라고 대답했는데, 그게 사실인지 아니면 어떤 남학생에게 주었는지 아직 모르겠어요. 저도 궁금하지만 모르는 척 해야겠지요?
20. “한국의 김장철”
찬바람이 불고 강원도 산간 지방에 첫눈이 내렸다는 뉴스가 들리면 한국의 주부들은 마음이 바빠집니다. 슬슬 김장을 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때문이지요. 올해도 그렇게 김장철이 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가득 쌓인 배추와 무, 그 밖의 야채들 그리고 여러 가지 양념들이 보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김장철이 되어도 김장을 하지 않고 사다 먹거나 김치 공장에 주문해서 먹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며칠 전 신문에 보니까 20대, 30대 주부의 15% 정도만 김장을 하고 대부분은 사다 먹거나 시어머니 또는 친정 어머니가 담근 김치를 얻어다 먹는다는군요.
그래도 역시 김장 김치는 집에서 직접 담그는 것이 제일 있습니다.제가 어릴 적에는 먹을 것들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아서 겨울 내내 김치와 김치 찌개가 중요한 반찬이 되기 때문에 집집마다 100포기씩 김장을 했습니다. 마당 가득히 쌓인 배추를 어머니가 동네 아주머니와 함께 추운 밖에서 절이고 씻고 그 후에 매운 양념을 버무려서 배추 사이사이에 넣으면 싱싱한 김치가 됩니다. 그 동안 아버지는 햇볕이 잘 드는 마당 한 구석의 땅을 파고 항아리를 여러 개 묻습니다. 그 항아리에 김치를 넣으면 겨울 내내 맛이 변하지 않고 김치의 고유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김장하는 날이 되면 저는 막 버무린 매운 양념을 배추 잎에 싸서 먹고 너무 매워서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와서 또 먹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여러가지 다른 반찬에 밀려 김치를 먹는 양도 줄어들고, 항아리 대신에 김치 냉장고라는 김치 보관용 냉장고가 있어서 옛날의 김장 김치를 맛보기가 점점 힘들어졌어요. 그래도 저희 집은 아직 사다 먹지 않고 시어머니와 같이 다음주쯤 김장을 할 생각입니다. 아직은 집에서 담그는 김치가 제일 맛있으니까요.
참, 그런데 김장 김치를 담아 주시는 시어머니의 태도를 보고 1등, 2등, 3등, 4등 시어머니를 나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몇월 며칠에 김장한다는 말을 해서 며느리가 그 날 시댁에서 같이 김장하게 하는 시어머니는 4등 시어머니입니다. 김장한 후에 와서 가지고 가라고 말하는 시어머니는 3등 시어머니, 김치를 가지고 아들집에 오시는 시어머니는 2등 시어머니입니다. 1등 시어머니는 어떤 사람일까요? 아파트 관리실에 김치를 맡겨 놓고 돌아가서 며느리에게 관리실에 김치 있으니까 가져다 먹으라고 전화해 주시는 시어머니가 1등이랍니다.
